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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파리팡세
2012.01.15 22:21

인사합시다

조회 수 3533 추천 수 205 댓글 0


친척 어르신 중 이런 분이 있습니다. 어린 손주들이 인사를 하면 그 녀석, 인사 잘 하는 것을 보니까,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겠어! “ 이 말씀, 여러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프랑스 사람들, 언뜻 보면 무질서하고 무례하고, 우리 식으로 속되게 표현하자면 “네가지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그네들과 어울려보면 우리가 약간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언행 속에는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와 가치가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 역시 질서와 균형, 조화를 존중하고 무례와 무질서에 대해서는 엄격합니다. 비즈, 악수, 하이파이브, 방법은 달라도 어찌 보면 프랑스인은 인사에 있어서 만큼은 한국인보다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에게 인사는 예의범절이라기 보다 반사적 언행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간혹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동료나 친구를 만날 때면 아이들에게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한국식으로 인사하게 합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식으로 인사하는 것을 어색해 했지만, 인사받는 프랑스 어른들이 어색해하기 보다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답례하는 것을 보며 우리식 인사의 힘을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느끼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우리식 인사는 최고의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나 봅니다.

 

 

   교회에 있다 보면 인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이라서, 적절하게 인사할 때를 놓쳐서, 외국에 살다보니 등등 우리가 인사를 잘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어른들이 이렇다 보니 학생이나 어린이들은 인사 잘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저도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저희 아이들에게 인사드렸니?”라고 묻는 것이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지팡이 짚고 호통치시던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무서워서라도 어른을 보면 인사드렸던 것 같습니다. 반면에, 요즘은 한국에서도 손아랫 사람을 꾸짖는 어른을 보기가 힘듭니다. 호통치지는 않더라도 손아랫 사람을 따뜻하게 지도하고 그에 앞서 본을 보이는 우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지체들로 가득한 교회, 어른들이 본을 보이며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는 교회, 아이들의 해맑은 인사로 사랑이 넘치는 교회,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천국의 모습에 가까운 교회가 될 수 있는 첫 단추가 아닐까요? “인사”, 복잡한 예의범절이 아닌 사람을 맞이하는 반사적 행동입니다. 동방예의지국의 파리 침례교회, 생각만해도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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